- ▲ 한국야쿠르트 '꼬꼬면'(왼쪽)과 농심 '신라면 블랙'(오른쪽).
농심의 ‘신라면 블랙’과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초고가 전략으로 시장에 선보인 ‘신라면 블랙’은 출시 4개월 만에 생산을 중단한 반면, 연예인 마케팅을 등에 업은 ‘꼬꼬면’은 대형마트에서 품절행진을 이어가며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농심은 30일 매출 급감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신라면 블랙’ 생산을 9월부터 중단하고 새로운 프리미엄 라면 제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은 원부자재가격을 감안하면 월 매출이 60억원 이상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6월부터 적자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야쿠르트는 9월부터 ‘꼬꼬면’ 한달 생산량을 800만개에서 1350만개로 70% 늘린다. 일선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7월 26일 출시한 꼬꼬면의 출고가가 700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8월 한달동안 매출은 56억원 정도다. 다음 달부터는 약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은 셈이다.
라면업계는 내부적으로 ‘신라면 블랙’의 생산중단을 예상하고 있었다. 출시 첫 달인 4월 90억원의 매출을 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다음달에 60억원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라면시장은 일 년에도 신제품이 수십개가 쏟아진다. 일정 기간동안 소비자의 입맛을 잡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수순. 농심의 ‘건면세대’와 ‘감자탕면’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라면의 대표적인 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2~3주 전부터 영업 쪽에서 (신라면블랙이)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라면은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박리다매 상품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고 귀띔했다. 또 “라면은 출시 10여년이 넘은 제품들이 매출 1~10위권에 포진해 있고 이들 상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신제품이 주류가 되기 가장 어려운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신라면 블랙’이 주류시장 진입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제품 포지셔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신라면 블랙’이 표방한 라면은 ‘건강에 좋은 라면’.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라면이라는 개념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라면’을 밥상 건강과 연계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면은 건강에 나쁘더라도 먹고 싶은 식품이고, 편의성에 의해 먹는 간편식이라는 것. 게다가 최근 ‘신라면 블랙’의 ‘나트륨 함량’이 1950㎎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의 이미지가 퇴색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광고 혐의를 들어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된 영향도 한몫했다.
기존의 라면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가격(1600원)도 소비자들의 냉랭한 반응을 이끌었다.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한 꼬꼬면의 판매가격은 1000원. 기존 라면보다 30%가량 비싸지만, 신라면 블랙에 비하면 30%가량 저렴하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꼬꼬면의 경우 기존에 없던 흰 국물이라는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면서 “반면 블랙은 비싼 가격 외에는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