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없는 지구란 있을 수 없으며 원쑤들이 감히 핵 타격을 가해 온다면 지구를 깨버리겠다." 이 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플루토늄 원자탄 개발 의심시설의 사찰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UN 안보리에 제재 요청을 하려던 1993년 2~3월 어느 날 대책을 묻는 김일성의 질문에 김정일이 한 답변이다. 2002년 4월 1일자 '노동신문' 1면에 보도됐고, 평양 소재 3대 혁명 전시관 군사관의 김정일 어록에 기록돼 있는 이 말은 핵무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집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2년 10월 "원자탄보다 더한 것이 있다"고 이미 공언했던 북한은 수차례의 6자회담 끝에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작년 11월 우라늄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1000여개의 원심분리기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핵무기 1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소형화와 경량화한 핵폭탄을 스커드 B 미사일에 탑재하여 황해북도 신계에서 발사할 경우 서울까지 거리는 약 100km이고, 도달 시간은 220초이다. 15kt 위력의 핵폭탄이 삼각지 상공 100m에서 폭발했을 때 125만명이 사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결국 그동안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 셈이다.
지난 7월 16일 시작한 '한국에도 핵이 필요?'제하의 네티즌 투표는 8월 17일 현재 1만1855명이 참가해서 1만350명(87.3%)이 핵무기 직접 제조와 보유, 1072명(9.0%)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 354명(3.0%)이 북한 자극을 이유로 핵무장 반대, 79명(0.7%)이 관심 없다 등 기타 답변으로 나타났다. '독자적 핵무장' 주장이 압도적인 것이다. 이처럼 이제 우리 국민들도 북한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됐고, 전문가들의 자위적 핵무장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는 미국이 묵인하지 않는 한 애국적 이상론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무장을 묵인하려면 한국이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처럼 해당 지역의 잠재적 적국(敵國)을 견제하는 국가로 여겨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독자적 핵무장이 더 어려운 것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하기에 앞서 1990년부터 2001년까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에 가한 다양한 제재를 개방 통상 국가인 한국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신용 강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엿새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1.1%에 해당되고 2011년 국가 예산의 3분의 2가 넘는 231조원이 증발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독자적 핵무장보다는 정부가 결연한 의지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여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한시적으로 반입하고, GDP의 2.7% 수준인 국방예산을 전쟁 수행 국가 수준인 6%로 증액하여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고 실질적으로 억제·반격할 수 있는 육·해·공군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아울러 국민들은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 주술에 홀려서 "북한 핵과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하지 않고, 또 통일이 되면 한국 것이 된다. 북한 핵이 미국의 침공을 막아준다"는 종북 좌파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