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패권시대, 빠르면 5년 안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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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을 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은 다음의 초강대국이 되지 않을 것이다.(China won't be next superpower). 다음 10년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겠지만, 정치제도를 경제발전에 조화시키는 문제와 같은 국내 이슈와 씨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에 봉착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이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헨리 키신저, 2011.6월>

 

“중국은 놀라운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국가가 되기는 커녕 독자적 문명권으로서 중화사상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자국의 영향력으로 재편하고 있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유일한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을 수는 없다. 수천년 된 중국의 ‘우월의식’은 동아시아에서 ‘조공제도’와 같은 불평등 관계를 불러올 수 있다.”<자크 마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

 

중국의 미래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둘로 갈린다. 자크 마틴의 주장처럼, 그동안의 발전추세로 볼 때 21세기 전반기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전망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키신저의 지적처럼 정치적 발전이 동반되지 않는 경제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으며, 20세기 후반기에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때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내부문제로 주저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특히 중국에 관한한 그동안 서방학계를 지배해왔던 ‘중국 분열론’ ‘중국경제 붕괴론’ 등은 모두 과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2011년 현재 미국은 자신들의 부채를 떠안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세계경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30여년 전인 1978년 등소평(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막 채택됐을 때, 중국이 불과 한 세대만에 미국을 위협하는 G2로 성장하리라고는 세계는 물론 중국인들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하늘을 찌를듯하다. 2010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5조8800억 달러로 일본(5조4700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우뚝 섰으며, 미국 GDP(14조7000억 달러)의 40% 수준으로 바짝 다가섰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실질 GDP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는 가장 빠르게는 5년 후인 2016년(IMF)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보다 좀 늦어도 2019년(The Economist)~2020년(중국사회과학원, 스탠다드차타드) 사이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아무리 늦어도 2027년(골드만 삭스)~2030년(일본내각부, UBS은행)에는 두 강대국의 위상이 바뀔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2010년 2조1500억 달러로 미국(2.09조달러)를 추월해 19세기말 이후 110년 만에 제조업 세계1위를 탈환했다. 중국은 또 3조4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세계 에너지 자원 식량 M&A(인수합병)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에 힘입어 중국은 항공모함, 스텔스전투기 등 군비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유인우주선을 잇따라 발사, 우주항공분야에서도 미국의 뒤를 쫓고 있다. 서구열강의 함포 앞에 무릎을 꿇었던 1세기전의 굴욕에서 벗어날 힘과 기술을 착착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처럼 경제의 총량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군사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에서 현재 ‘세계의 R&D(연구개발) 허브’로 변신하여 ‘지식강대국’으로 부상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중국의 R&D 인력은 200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로 부상했다. 2009년 현재 중국의 R&D 인력은 230만명으로 세계 R&D 인력의 5분의1을 차지한다. 이는 한국(31만명)의 7.4배에 달한다. 2009년 중국의 이공계 석박사 졸업생 수도 17만명으로 한국(2만명)의 8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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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텔스 미사일 발사 쾌속정> 

 

 

골드만 삭스는 2010년 9월 “중국은 높은 R&D 투자, 과학기술 인재의 글로벌화를 통해 글로벌 혁신에 있어 새로운 허브(Hub)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겸 모건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 역시 ‘중국이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중 두 가지로 ‘교육’과 ‘혁신’을 들었다. 중국의 SCI(과학기술인용색인) 논문게재 수는 2009년 12만8000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2위다. 한국은 3만9000건으로 11위에 그쳤다.

 

이같은 중국의 R&D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에서 나온다는 것이 SERI의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100위권 대학이 5개(홍콩대,홍콩과기대,홍콩중문대,북경대,청화대)로 한국(2개/서울대,KAIST)보다 많고, 특히 공학기술분야에서는 세계 100위권에 무려 9개가 들어가 있다(한국은 2개).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세계 일류대학 육성정책 덕분이다. 21세기까지 100개의 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211공정’과 39개 대학을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1998년 5월부터 실시한 ‘985공정’이 그것이다. 한국의 교육부가 80~90년대 마구잡이로 대학인가를 남발하여 대학 수준을 떨어뜨리고, 고학력자 과잉사회를 만든 것과는 반대의 교육전략인 셈이다. 

 

중국이 빈부격차와 소수민족 갈등 등 많은 내부문제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문화혁명(1966~76년)의 반작용으로 소모적인 이념논쟁보다 실용주의적 정책추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일당독재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출하고 그것을 흔들림없이 집행하는 공산당의 리더십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중국은 2020년경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뒤 어떤 길을 걸을까? 자신들의 뜻대로 세계를 경영하는 ‘패권국가’의 길을 걸을까?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이 보여준 북한 편향적 태도는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이룩한 양국간 경제협력의 성과는 북한문제 앞에서 무력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북한의 도발 이후 한국정부가 미국과 서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을 놓고 중국 언론은 과거에 없던 무례한 어조로 한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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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며 고종에게까지 횡포를 부렸던 청의 원세개(袁世凱)> 


“한국은 미국과 여러차례 군사훈련을 강행해 북한에 얼마나 많은 모욕을 줬는지 아는가. 그리고 그로 인해 중국도 얼마나 많은 모욕을 당했는지 아는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중국이 한국편에 설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중국은 그동안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왔는데, 한국이 멋대로 행동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면 중국은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은 한국에 손봐줄 지렛대가 많아 그중 하나만 사용해도 짧은 시간안에 한국을 뒤흔들 수 있다.”

 

2010년 12월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사설 내용이다. 중국의 커진 힘을 배경으로 하는 이러한 강경발언은 한반도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사이에 3차례나 북한의 김정일을 초청해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3대세습에 대한 후원자 역할을 과시했으며, 경제를 통한 적극적 대북개입 정책을 펴고 있다. 압록강 하류의 단동(황금평)~신의주 축과 두만강 하류의 혼춘~나진축을 구축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붕괴를 막아 남북한을 ‘Divide & Rule'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중국은 또한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한중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경제 및 안보에 있어서 중국의 중요도가 미국의 중요도를 조만간 총체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준다”면서 “궁극적으로 미중 간에 힘의 역전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에게는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내부에서 친미와 친중의 갈등이 거세질 수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의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 모두와 상생·협력하면서 한반도통일까지도 준비하는 외교안보전략이 중요하다. 국제질서의 큰 변화 속에서 한국인들의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