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어느 찜질방.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하였다.몇일전 한 아이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인이 아니라 친구를 도와달라고.
그 친구는 지금 핸드폰이 불통이라 연락이 되지 않았고,
주거지가 없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닌다고.
마지막으로 닿은 연락, 아무말 못하고 울고만 있는 친구를
달래고는 급한 마음에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어디에 있는가요? 지금 그 친구."
연락이 되지 않아 바로 움직일 수 없다.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만,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이
마냥 전화를 기다려야 한다.
'안산에 있는 찜질방이래요.'
놀랬다. 어린엄마가 아기와 찜질방에서 지내는 것도
놀랬지만,더 놀란것은 근처였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전화를 끊자마자 찜질방을 향했다.
카운터에 들어서서 이야기했다.
'아는 사람이 여기 있는데 좀 찾을께요.'
안된다고 손사레 치는 카운터와 실랑이를 하다,결국
찜질방비를 내고 찜질복을 입고 들어갔다.
아기 우는소리가 들리는곳, 어려보이는 엄마가 보이는곳.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녔다.
없다. 여탕에 있나 싶어 다시 카운터에 사정을
말해보았지만 찾지 못하였다.
오후 8시. 분명 여기가 맞다. 왜 없는걸까.
분유가 떨어졌나. 기저귀가 없어서 사러 나간걸까.
들어오며 엇갈린걸까 걱정은 쌓여만 가지만
역시 답이 없다.
핸드폰을 키고, 근처에 있는 찜질방을 하나씩 찍었다.
멍하니 찍은 찜질방들을 쳐다보다 문득
가까이에 있다. 이 사실 하나가 희망으로 다가오는 현실이싫다.
이곳저곳을 다녀보았지만 없다.
허탈한 마음이 생기나 다시 연락이 올때 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정리한다.
집으로 가야겠다며 함께 한 간사들과
떠나려는 찰나, 여자아이 한명이 지나간다.
찜질방에서 주는 찜질복을 입고는,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겉싸개를 둘둘말아 안고지나간다.
아기와 아기엄마였다. 혹 아닐 수도 있으니
조용히 뒤 따랐다. 역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찜질방을 향한다.
힘이 빠져 축 쳐진 어깨, 푹 숙인 고개.
제발. 내가 찾는 아이였으면, 수십번 기도 한다.
나간지 얼마 안되 다시 결제를 하고 찜질복을 받는 나를
카운터에서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급했다.
옷을 갈아입고 찜질방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구석 한켠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쿠션 몇개를 이어 만든 침대위에 신생아가 누워있다.
숨이 턱하니 막히고, 가슴에 답답함이 올라온다.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위드맘 한부모가정 지원센터 대표입니다.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영씨 맞나요?"
놀라 날 쳐다보는 어린엄마는 곧 '네'라고 짧게 대답해주었다.
안심이 되니 괜히 핑하고 눈물이 돈다.
"나갑시다. 저희가 도와드릴께요."
이번에는 어린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돈다.
아이엄마를 찾고 나니 그 이후는 일사천리다.
몇은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사러가고
나는 당분간 지낼 수 있는 긴급 주거지를 찾는다.
간절했던 만큼 빠르게 움직이니 금방 도울 수 있었다.
아이엄마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인도하고,
이것저것을 봐주었다.
돌아가려 현관앞에 섰는데 어린엄마가 말한다.
'고맙습니다. 끝인줄 알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린엄마는 고개숙여 인사한다.
'월세 밀리지말고, 당분간은 내가 도와줄께.
일자리도 알아봐줄테니 다시 시작해보자고.'
고개를 떨군체 우는 아이의 어깨를 다독였다.
우는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금은 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를 쳐다 보는 어린엄마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를 찾은게 아니라,
잃어버린 너를 만나게 해주신거야.'
어깨를 다시 한번 토닥여 주었다.
아까부터 축 쳐진 저놈의 어깨가 영 신경쓰였다.
토닥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래도 우는 엄마를 달래려 한번 두번 토닥이다 보면
어깨를 짓누른 짐이 조금 덜어지지는 않을까.
연신 어깨만 두드린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내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