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30, 2021 09:34 AM KST

존 오웬의 죄 죽이기와 다시 살아남의 영성

By 송경호

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머리말

오웬의 영성론은 그의 청교도 개혁신학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다. 영성은 성령에 이끌리는 삶이요 순종의 삶이다. 신자 속에 남아 있는 죄의 습성을 날마다 근절해나가는 과정이 성화요 영성이다. 이는 인간의 노력이면서도 성령의 사역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알미니안적 신인 협동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이요 동시에 인간의 전적인 순종이다. 오웬의 영성론은 성화에서 인간의 날마다 순종이 성령의 사역으로 가능하다고 본 그의 성령론에서 나온다.

I. 경건과 학문이 일치한 청교도 삶

옥스포드주 스타드햄(Stadhampton in Oxfordshire) 교구목사인 웨일스 출신 헨리 오웬의 아들로 태어난 존 오웬(John Owen, 1616-1683)은 어려서부터 청교도 목사 아버지를 통해 세상적인 명예나 부귀보다는 경건을 중시하는 훈련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1628년(12세)에 옥스퍼드대의 퀸즈대에 입학 허가를 얻었다. 그는 옥스포드대에서 문학사(B.A. 1632년), 문학석사(M.A. 1635년)를 취득하였다. 그는 10대 학창 시절 매일 18-20시간 공부하여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등의 신학공부의 기초인 고전어를 통달하였다. 그의 연구대상은 16세기의 영국의 종교 개혁자들, 마틴 부처와 존 칼빈 등 대륙의 종교 개혁자들이었고, 이를 통해 학문의 영역을 넓혀 갔다. 그리고 고전문학과 역사와 철학과 랍비문학을 공부하여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았다.

16살이 되던 1632년 대학을 졸업한 뒤에 한때 삶에 대한 회의 가운데 빠지기도 하였고 그는 죄 문제로 고민하다가 3개월 이상 언어장애를 겪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그 때부터 목회자가 될 결심을 하고 1637년 21세의 나이에 영국 성공회의 사제로 안수를 받았고, 이때부터 교회 정치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성공회, 영국 국교회의 사제로서 대주교의 부당한 교회 정책에 항거하곤 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여전히 구원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오웬은 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642년 26세가 되던 해 런던으로 가서 토마스 굿윈의 설교를 듣고 큰 은혜와 영적인 도전을 받았고, 더 많은 은혜를 체험하기 위해서 청교도 리처드 십스와 존 코튼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들의 글을 통해 구원의 필요성은 인식하였지만, 인간 자력으로는 도저히 죄악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 빠졌다. 그는 에드먼드 캘러미 (Edmund Calamy)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 런던에 있는 성 마리아 앨버만베리 교회를 찾았다가, 한 무명의 청교도 설교자가 마태복음 8장26절(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을 본문으로 설교한 말씀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얻게 되었다.

1) 오웬은 이 때의 회심체험을 통해 성경을 신앙과 생활의 척도로 간주하게 되었으며, 이를 기초로 그의 청교도 신학을 세워 가게 되었다. 교회정치에 있어 장로교를 지지하였으나 존 코튼의 영향으로 회중 교회주의자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1640년대 청교도 혁명군의 입장을 지지했으며 1649년 찰스1세를 처형하고 청교도 혁명을 이끈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1658)의 궁정 목사로 역할을 하였고, 1652년 옥스퍼드대 부총장까지 역임하였다. 의회의 대다수는 1657년 크롬웰에게 왕권을 수여하자고 제안했으나 오웬은 반대하였다.

존 오웬은 회중교회의 정치제도를 원했고, 영국의회에서 결의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변형시킨 1658년 9월 사보이공회(Savoy Conference) 참석하여 사보이 신앙고백을 제정하였다. 사보이 선언의 서문을 썼다. 1658년 호민관(Lord Protector) 크롬웰이 별세하자 오웬은 1660년 찰스2세 옹립으로 왕정 복구 후에 박해를 받았고, 1662년 통일령( Act of Uniformity)으로 비국교도의 대추방(the great Ejection)에 의해 쫒겨났고 당국에 회유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추방된 2천여명의 청교도들과 함께 회중교회주의자로서 신앙을 지켰다. 1660년 찰스 2세에 의한 왕정복고와 함께 청교도 사회는 붕괴의 걸음을 걷게 되었다. 청교도 목회자들은 설교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였고, 거주의 한계를 5마일 이내로 제한받았으며, 국교도 운동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체포되거나 감옥에 던져졌다. 이와 같은 시기에 비국교도 운동을 전개하면서 교회를 지키려고 교회를 지키려고 수고하던 청교도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크롬웰 당시에 회중 교회 운동을 전개하였다.

존 오웬(John Owen)
▲존 오웬(John Owen) ⓒ위키백과

II. 정통적 개혁신학: 알미니안주의와 소시니안주의 비판

오웬은 어거스틴 등 고대 교부, 토마스 아퀴나스 등 중세 스콜라신학을 깊이 연구하였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종교개혁자 루터(1483-1546)와 칼빈(1509-1564) 등의 종교개혁사상을 연구하여 17세기 개혁주의 정통신학을 확립하였다. 오웬은 루터와 칼빈, 츠빙글리, 낙스 처럼 학문과 경건을 결합한 17세기 개신교 스콜라주의 대표적인 개혁주의 신학자였다. 존 낙스(1513-1572)가 스코틀랜드의 칼빈이었다면, 1세기 후에 태어난 그는 영국의 칼빈으로서 대륙의 개혁신학을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들의 경건과 신앙으로 체계화하였다

그는 인간의 행위와 공로를 주장한 로마가톨릭주의에 대항하여 종교개혁적 이신칭의 교리를 계숭하였다. 아담의 죄가 모든 인류에게 전가되는 데, 죄책이 전가되며, 죄의 결과인 죽음이 모든 이에게 이른다. 또한 그리스도의 의도 선택된 자에게 전가된다.

2) 그의 신학은 그 당시 자유주의 신학인 알미니아주의(arminianism))와 소시니안주의(socinianism)를 반박하고 정통개혁신학을 확립하였다. 그는 『알미니안주의를 설명함』(Display of Arminianism, 1643)에서 인간의 죄 문제를 다루면서 인간의 전적 타락교리를 부정하는 알미니안주의를 반박하고 교회를 지키고자 하였다. 신인협력주의(synergism) 를 거부하고 신단독설(monergism)을 옹호하였다.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의 죽음의 종식』(The Death of Death in the Death of Christ, 1647)에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속죄 사역을 부인하는 소시니안주의를 비판하면서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은 것은 하나님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받은 것임을 역설하였다.

『유일한 구세주 거룩한 예수』 (The Only Savior Holy Jesus, 1648)에서 알미니안주의자들의 만인구원설(the doctrine of universal redemption)을 비판하면서 '그리스도는 '만일 믿는다면'이란 조건 때문에 죽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택하신 자들이 믿도록 그들을 위해 죽으셨다.' 라는 제한속죄론(the doctrine of limited redemption)을 주장하였다.

『성도의 견인교리를 설명하고 비준함』(The Doctrine of the Saints Perseverance, 1645)에서는 신자의 행동 여부에 따라 구원이 결정된다는 알미니우스의 주장에 대하여 구원은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이신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며 하나님은 만유보다 크시기 때문에 그의 손에서 누구도 택한자를 빼앗아 갈 수 없음을 역설하였다.

III. 청교도 영성 확립: 성화는 일생의 과제

오웬은 성령의 사역에 있어서 회심의 강조하였다. 그는 실제적으로 삶에 적용될 수 있는 성령의 사역에 대한 심도 있는 글을 남겼다. 1674년 성령론을 출판하였다. 그는 성령론 중에 중생에 관한 교리에서 중생의 준비는 말씀을 듣는 자세에서 비롯됨을 강조하였다. 즉, 성령의 사역은 말씀을 듣는 자가 중생의 사역인 회심을 체험해야 하는 데, 이 과정은 반드시 은혜의 수단인 설교와 기도를 통해야만 한다. 이러한 입장은 바로 청교도의 설교중심의 예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

오웬의 성화론은 내재하는 죄성에 대한 투쟁이다. 그의 저서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On Indwelling Sin in Believers)에서 로마서 7장에 근거하여 신자 안에 죄의 세력이 내재 있다고 천명한다.3) 신자는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은혜 아래 사는 존재이다. 죄의 지배에 대해서는 자유하지만, 죄의 지배하려는 속성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다. 이 속성과 신자는 싸워야 한다.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를 죽이는 일의 주체는 성령 자신이시며 의무에 대한 인간의 순종은 도구일 뿐이다. 신자는 죄는 결코 신자를 지배할 수 없지만, 신자가 죄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한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신자의 마음은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은 죄를 이길 수 있는 은혜를 공급해 준다.

2. 그리스도와의 연합: 은혜 언약의 핵심

오웬의 언약신학에 있어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리스도와의 교제의 기초가 된다. 이 연합에 대한 오웬의 생각은 엄격하게 칼빈주의적이며, 동시에 청교도적이다. “우리는 오직 한 씨이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언약을 받게 된다. 이 연합은 성령을 통해서이다.”

신자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칭의와 성화를 밀접하게 연관시키면서 동시에 구별한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자의 구속과 성화를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 신자의 연합은 그리스도께서 성육신으로 인성을 취하셨기 때문이다. 은혜언약 안에 거하는 신자는 그리스도와 신비적 연합을 통해 그리스도의 구속의 모든 효과가 전달되고, 그리스도께 있는 하나님의 형상(거룩함과 은혜)도 자신의 것이 된다.

3. 성화의 목표: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

오웬에게 있어서 성화의 본질은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복원하는 것, 즉 재창조의 사역이다. 그것은 사랑 안에서의 믿음으로 말미암는 회복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심어주셨다. 그러나 아담의 불순종으로 하나님의 형상은 상실하게 되어 다시금 하나님과의 교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스스로 인간은 구원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주셨다. 세상에 아들을 보내시고, 아들의 공로를 죄인들에게 덧입게 하셔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게 하셨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형상은 우리 안에서 회복되었다.

4. 성화은 성령의 사역이면서 인간의 순종. 개혁주의 영성의 역동적 신비

오웬은 성령론에서 성화를 씨에 비유한다. 오웬에게 있어서 중생은 성령의 사역인 반면에 성화는 신적인 사역인 동시에 여기에 순종하는 인간의 사역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성화의 주체는 성령이시요, 인간은 그분에게 피조물로서 마땅히 드려야할 순종을 드린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사역이라는 것이다. 오웬은 죄 죽이는 영적 싸움에서 성령의 은혜와 인간 의지의 순종 사이의 언약 신학적인 긴장을 다음같이 피력한다. “(성화에 있어서) 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역사하시며, 우리 없이 우리를 거슬러 역사하시지 않는다.(He works in us and with us, not without us and against us).”

4) 우리를 구원하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의 구원하심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다. 인간의 전적 순종이 결코 인간의 공로가 될 수 없다. 이것마저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은혜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인간이 하는 선한 행위는 무엇이든지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개혁주의 성령론의 놀라운 신비다.

5. 성화: 죄 죽이기. 율법적 태도나 자유방임의 태도 양 극단을 피하는 중도주의 오웬은 우리에게 신자의 성화를 위대한 삶의 지침으로 ‘죄 죽이기’를 말한다. 그는 로마서 8장13절의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에서 이 교리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신자는 일평생 죄를 죽이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죄 죽이기(mortification of sin)에 있어서 율법적 태도나 자유방임의 태도 양 극단을 피하고 성령 안에서 영적 훈련과 성취를 지속해야 한다.5) 오웬의 ‘죄를 죽인다’는 말은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서 죄가 역사하지 못하도록 그 힘을 약화시킴으로서 죄의 세력이 신자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죄를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맺음말

존 오웬의 영성은 죄 죽이기와 다시 살아남의 영성이다. 오웬에 의하면 죄의 죽임은 현세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죄의 세력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6) 성령의 능력을 힘입은 성도는 순종으로 죄를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은 성화의 본질이다. 성화의 주체는 성령이다. 인간은 피조물로서 창조주 하나님께 마땅히 순종해야 하며, 성화는 그 순종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화는 하나님의 전적인 사역과 인간의 온전한 순종의 결과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39056